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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의 금융실명제 도입 경험
저자
김우찬
날짜
2015. 12
List of Chapters

요약

 

제1장 서론

 

제2장 금융실명제의 개요

제1절 금융실명제의 의미와 목적

제2절 금융실명제의 정치경제학과 부작용

제3절 비밀보장과 금융실명제의 한계

 

제3장 1993년 이전의 도입시도

제1절 전두환 정부의 도입시도

제2절 노태우 정부의 도입시도

 

제4장 1993년의 금융실명제 도입

제1절 도입배경

제2절 추진체계 및 방법

제3절 세부 내용

제4절 평가

제5절 시사점

 

제5장 1993년 이후 드러난 문제점들과 제도 보완

제1절 차명계좌를 이용한 각종 비자금 조성 사건

제2절 제도 보완 움직임

제3절 2009년 대법원 판결과 2014년도 법률 개정

Summary

요약

금융실명제란 금융자산의 소유자가 본인 명의로 해당 금융자산을 소유하고 거래하는 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조세부담의 형평성 제고, 세수증대, 부정부패 억제, 지하경제 양성화에 기여하는 한편, 다른 제도나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정보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매우 의미 있는 개혁과제이다. 나라마다 그 처한 상황에 따라 그 도입방식은 다를 수 있으나 입법을 통해 실시하든 금융관행으로 정착시키든 금융실명거래는 경제개발 과정에서 국가경제 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 올리고, 국민 화합을 도모하며,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이루는데 필수 불가결한 개혁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금융실명제가 1993년에 도입되었다. 하지만 그 도입시도는 198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상당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즉, 1982년 대형 금융사기 사건을 계기로 전두환 정부에 의해 처음으로 그 도입이 추진되었다가 그 시행이 연기된 바 있고, 1989년 노태우 정부에 의해 다시 추진되었지만 또 한 번 그 도입이 유보되었으며, 1993년 김영삼 정부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그 도입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1997년 그 내용이 일부 수정되어 당초 제도의 취지가 일시적으로 퇴색된바 있고, 그 이후 차명에 의한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문제가 대두되자 차명거래 금지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마침내 2014년 이와 관련된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지난 30여 년 동안에 걸친 금융실명제 도입시도, 실패, 그리고 시행 경험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책적인 시사점들은 크게 정치경제학적인 시사점, 도입방법에 관한 시사점, 그리고 여러 가지 기술적 사사점들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정치경제학적으로 금융 실명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과 최고지도자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먼저, 정치적 여건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금융실명제에 반대하는 집단은 매우 다양하게 많지만 이를 좌초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집단은 결국 정치인들뿐이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입법부의 구성원으로서 금융실명제 실시를 위해 통과시켜야 하는 법 자체를 막을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물론 1993년의 경우처럼 사전 예고 없이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금융실명제를 전격 실시하는 경우라면 사정이 다르겠지만 그런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반대 측 정치인들과의 지난한 협상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경우에만 금융실명제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전두환 정부 때는 집권여당인 민정당 수뇌부는 물론 청와대 실세수석들 그리고 장관들까지 반대하는 바람에 금융실명제의 실시가 좌초되었다. 노태우 정부 때는 1990년 1월의 3당 합당 이후 목소리가 커진 당이 실명제에 대한 우려를 보다 적극적으로 제기했고, 결국 실명제 도입이 좌초된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또, 김영삼 대통령 임기 말기였던 1997년에는 금융실명제를 의미를 퇴색시킨 대체입법이 이루어졌다. 외환위기로 인해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 찍혀 있던 김영삼 대통령은 이러한 대체입법에 반대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한편, 금융 실명제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최고 지도자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노태우 대통령의 경우 처음부터 금융실명제에 대한 의지가 강하지 않았고, 실명제 실시로 얻을 수 있는 실리도크지 않았다. 경제여건이 어려워지자 쉽게 흔들렸고, 결국 실명제 유보 쪽으로 기울고 말았다. 한국도 긴급명령이라는 예외적인 방법이 아닌 예고된 단계적 방식으로 금융실명제를 도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나 최고 권력자의 의지 부족으로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물론 노태우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정치인들이 금융실명제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지 못한 것은 무기명 또는 가명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상당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실명제 실시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했다. 전두환 정부 때나 노태우 정부 때는 대통령이 아니라 개혁성향의 일부 각료가 실명제 도입을 사실상 주도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 때는 대통령 자신이 실명제 추진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실명제 반대론자인 당시 경제수석과 전혀 상의하지 않은 점, 금융실명제의 세부사항을 결정함에 있어서 가장 엄격하고 포괄적인 방식을 대통령이 주문했다는 점 등을고려할 때 금융실명제 실시 의지가 가장 강했던 사람은 바로 대통령 자신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의지 이면에는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실명제 실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리가 큰 몫을 하였다. 즉, 김영삼 대통령은 실명제 실시를 통해 당내 경쟁자들과 야당지도자들의 정치자금을 파악하고 그 조달을 어렵게 할 수 있었다. 특히 5공과 6공 세력의 정치자금 조달을 어렵게 함으로써 집권당내에서 본인의 입지를 강화시킬 의도가 있었다.

 둘째, 금융실명제 도입방법과 관련하여 몇 가지 정책적 시사점들을 찾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금융실명제는 대다수 선진국들의 경우 금융관행으로 정착되었고, 일부 선진국들은 입법을 통해 도입하였다.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긴급명령이라는 아주 예외적인 방법으로 금융실명제를 도입하였는데 이는 정치인들의 반대로 두 차례나 금융실명제 도입에 실패한 아픈 경험을 갖고 있었기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도 긴급명령을 통한 도입이 실현 가능한 유일무이한 방법은 아니었고, 모든 나라가 대통령에게 긴급명령 발동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이러한 경험을 다른 나라들이 그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다고 하겠다. 더구나 2014년도의 특정범죄 관련차명거래 금지를 정상적인 입법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1993년 당시 한국과 같은 상황에 처한 국가들에게는 금융실명제 추진 계획을 먼저 발표하고 이 때 정한 목표연도까지 금융실명제를 입법화하는 ‘예고된 단계적 접근방식’보다는 긴급명령 등의 형태로 금융실명제를 사전 예고 없이 전격실시하고 난 다음에 국회 승인을 받는 방식이 몇 장점을 갖고 있었다.

 먼저, 금융실명제 실시로 불이익을 보게 되는 정치인들의 반대와 힘의 결집을 효과적으로 차단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특히 경제여건 안 좋은 경우에는 악화된 경제여건을 빌미로 정치인들의 반대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는데 이를 차단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또, 이러한 전격 실시는 실명전환 이전 인출금지(긴급명령 제3조) 및 거액현금 인출자의 국세청 통보(긴급명령 제9조) 등의 조항도 즉시 발효시켜 실명제 실시에 따른 대규모 자금인출 사태도 차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또, 이러한 동결효과는 보다 강력한 양태의 금융실명제 실시를 가능케 했다. 단계적·점진적 방식을 취했던 노태우 정부 때는 비실명금융자산의 대규모 인출을 우려하여 각종 특례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즉, 실명전환과정에서 법 위반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이를 불문에 붙여야 했고, 실명전환 금융자산에 대한 세무조사에 있어서도 금융자산 취득 시기와 상관없이 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해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 때는 달랐다. 원칙적으로 실명전환 금융자산에 대해 자금출처조사를 하도록 하였고, 실명전환 의무기간 경과 이후에도 실명전환하지 않은 비실명자산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90%의 세율을 적용토록 하는 등 상당히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셋째, 여러 기술적인 시사점들을 도출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금융실명제 실시에 따른 부작용 결정 요인들, 도입 추진 당시 경제여건과 정부의 준비실태가 도입여부에 미치는 영향, 금융실명제의 효과가 다른 개혁입법들과 어떠한 상호작용을 통해 증폭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금융실명제 실시에 따른 부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요인들로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존재하는 무기명, 가명, 또는 차명거래 자산의 규모, 금융실명제 실시 방식, 금융실명제 대상 금융기관과 금융자산의 범위, 실명전환에 대한 유인 제공 유무, 부작용을 상쇄시킬 수 있는 정부의 각종 대응조치 유무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금융실명거래가 의무화되는 금융기관 또는 금융자산의 범위가 포괄적이지 못하면 당연히 금융실명거래가 의무화된 금융기관 또는 금융자산으로부터 그렇지 않은 금융기관 또는 금융자산으로 이동할 것이 뻔하고, 그 만큼 부작용도 커지게 된다. 또,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면서 예외 없이 실명전환 금융자산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를 한다든지 금융소득에 대한 조세 부담 경감차원의 세율 인하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 만큼 자금이탈 규모도 커질 것이다. 한편, 금융실명제 실시로 그 동안 사채시장에 크게 의존하던 중소기업이 자본조달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부동산 등 실물투기가 일어나며, 자금이 해외로 도피하고, 현금퇴장으로 은행권의 신용창출능력이 감소하는 등 여러 부작용을 예상할 수 있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보완조치를 정부가 적극 추진한다면 그만큼 부작용이 줄어들게 된다. 금융실명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은 전두환 정부 때 특히 문제되었는데 당시 비실명금융자산의 비중은 50%에 이르고 있었다. 이는 결국 실명제 실시로 이탈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도 그 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그 만큼 배가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이 때 제정된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법률」로 비실명금융자산에 대한 차등과세가 이루어졌고, 이것이 훗날 실명화율을 높여 결국 실명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한편, 금융실명제 추진 당시의 경제여건도 금융실명제 도입을 좌초시키는데 상당한 영향을 줄 수있다. 노태우 정부 때 금융실명제를 무기한 유보시킨 4.4 조치가 바로 그러한 배경에서 이루어졌다. 또, 1993년 당시 경제여건이 금융실명제 도입 결정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1996~1997년 당시 경제여건은 금융실명제 일부 후퇴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1996~1997년 경제난이 심화되자 금융실명제 실시로 불이익을 보게 된 집단들은 이를 금융실명제 철회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였다. 이들에 의해 저축 감소, 과소비 조장, 기업 자금난 가중의 주범으로 몰린 금융실명제는 외환위기 직후 대규모 지하자금 양성화가 필요하다는 명분에 밀려 결국 긴급명령을 대체하는 입법이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무기명 채권 한시 발행, 자금출처조사 면제자 확대, 금융소득의 분리과세 등의 조치들이 이루어졌다.

 정부의 준비실태도 금융 실명제의 도입여부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 점과 관련하여 전두환 정부 때의 시도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너무 급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 7.3 조치 발표 후 있을 금융과 실물시장에 대한 충격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고, 전산화 준비상황에 대한 고려도 부족했다. 결국 금융실명제로 불편을 겪어야 하는 정치인들에게 반대할 수 있는구실만 마련해주는 샘이 되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노태우 정부 당시의 금융실명제 추진은 매우다른 방식을 취했다. 즉, 금융실명제 실시 준비단을 만들어 사전 검토 기간을 충분히 가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실명제의 효과를 과신해서는 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즉, 금융실명제는 경우에 따라서는 그 효과가 미미할 수 있고, 오히려 다른 정책수단들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으며, 그 자체로서 독립적으로 의미를 갖기 보다는 금융실명제의 각종 정책목표와 관련된 다른 제도들과 상호작용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온다. 즉, 금융실명제의 실시는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개혁과제이지만 그 자체만으로 금융실명제가 추구하는 각종 정책목표들이 일거에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금융실명제의 실시는 이것이 내세우고 있는 여러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결코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정책수단이 금융실명제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한 사례로 김대중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정책을 들 수 있다. 신용카드 거래 비중 증대는 자영업자의 무자료거래를 감소시켰고, 이를 통해 지하경제 양성화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한편, 금융실명제도입 이후 금융실명제의 각종 정책목표를 보다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 각종 제도 정비가 이루어졌는데 이에 대한 사례로 「공직자윤리법」,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등의 제·개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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